[정동칼럼]안녕,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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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위 쿠데타로 드러난 민주주의의 위기가 몇달 안에 씻은 듯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반성도 사과도 없는 자들의 몰염치를 지켜봐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안녕하기 어렵다. 그런데 안녕치 못하게 하는 일들은 그뿐이 아니다. 지난주 국회 행정안전위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는 점은 상식이다. 집회 장소가 집회 자유의 본질적 요소임은 헌법재판소도 여러 차례 밝혔다. 비상계엄을 중단시키려 국회 앞으로 달려간 시민들에게는 찬사를 보내지만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이제 집회는 자제하라는 것인가.
그 며칠 전에는 정부가 노조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두 번이나 거부권으로 틀어막던 윤석열을 파면시키고 이룬 개정이었다. ‘진짜 사장’과 교섭하기 위한 오랜 투쟁의 결실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낸 시행령안은 교섭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교섭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누구와 무엇을 교섭할지 스스로 정할 수 없다면 그것은 권리일 수도, 민주주의일 수도 없다.
내란 이후 집권한 세력은 자신의 안녕을 민주주의로 여기는 것도 같다. 자신들의 안정적 집권이 민주주의라는 듯. 검찰·언론·사법 개혁은 시급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흔들 수 있는 정치개혁은 뒤로 밀린다. ‘내란 청산’과 ‘진짜 성장’을 명분으로 수많은 사회대개혁 과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의 충격과 극우의 세력화가 낳는 불안은 강한 국가와 강한 민주주의를 혼동시킨다.
불안정노동이 확산되고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조건을 다투기 점차 어려워진 신자유주의와 함께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득, 시간, 건강, 사회적 관계와 인정 등 삶의 거의 모든 것이 정해진 구조에서 이쪽이냐 저쪽이냐 선택할 자유만 주어진 것을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권력이 정한 문제에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하는 권력이 되어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했는지 충격적으로 드러낸 동시에 민주주의를 기사회생시킨 시민의 저력과 사회적 힘을 확인시켰다. 그런데 민주주의 회복의 과제는 전자에 집중되고 있다. 제도가 튼튼하면, 지도자가 강건하면, 관료들이 민주적이기만 하면 민주주의가 강해질까? 그럴 리 없다. 우리가 강해져야 민주주의도 강해진다.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했던 저력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과 일상에서도 빛나게 하는 일이 민주주의의 과제다. 광장에서 낸 용기가 일상에서도 응원받도록, 광장에서 본 희망이 현장에서도 응답받도록.
윤석열이 대통령 된 나라까지 바꾸자고 다짐하며 광장을 지켰던 여러 운동들이 집회를 준비 중이다. <가자, 평등으로! 12·10 민중의 행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노동이 존엄한 나라, 기후정의 당연한 나라, 공공성 든든한 나라, 진보정치 빛나는 나라’라는 부제를 달았다. 또 다른 무엇으로 그리든 우리가 안녕할 나라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하는 크고 작은 자리들이 이어질수록 가까워진다. 비상계엄 이후 세상이 혼탁하고 일상이 헝클어지는 동안에도 안녕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어디에 있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감각하며 벅찼던 순간들. 위협도 불안도 긴장도 결핍도 없어서 안녕했던 것이 아니다. 위기를 함께 겪고 있음을, 결정하는 자와 위험을 떠안는 자가 구분되지 않을 것을 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등으로, 우리는 안녕했다.
평등은 우리가 향해 갈 목적지이기만 하지 않다. 우리가 함께 갈 민주주의의 방법이기도 하다. 고진수와 박정혜와 지혜복을 남겨두지 않고, 김충현과 뚜안을 잊지 않으며, 서로 다르게 겪은 차별에서 연대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이들과, 우리 사회에 목숨과 돈을 놓고 선택하라는 일자리가 있다면 나도 안녕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들과, 서로의 용기를 빌리며 서로의 언덕이 되어주는 이들과, 가자, 평등으로. 우리의 일상과 현장에서 우리가 강해지기를. 우리가 안녕하기를.
쿠팡이 올해에만 국회 및 정부 해킹 대응기관 퇴직 공무원을 28명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쿠팡에 재취업한 정부기관 공무원은 62명으로, 국내 e커머스 중 가장 큰 규모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내실 경영보다는 대관 조직을 동원해 로비와 규제 회피 등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연도별 해킹 사건 대응 기관 퇴직 공무원의 e커머스 기업 재취업 현황’을 보면, 올해 해킹 대응 정부기관 퇴직 공무원 2명과 국회 퇴직 공무원 26명이 쿠팡에 재취업했다.
해킹 대응 정부기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금융정보분석원 등이다.
조사 기간을 2020년부터 올해까지인 최근 6년으로 넓히면 쿠팡으로 재취업한 정부 기관 인력은 총 62명이었다. 쿠팡이 매년 관련 인력을 꾸준히 영입해왔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쿠팡이 영입한 퇴직 공무원 수는 다른 e커머스 기업보다 월등히 많다. 같은 기간 국내 6대(거래액 기준) e커머스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은 모두 107명(국회 82명, 해킹 대응 기관 25명)으로, 이 중 57.9%가 쿠팡에 재취업한 것이다.
쿠팡 외에는 카카오 23명,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11명, 네이버 9명, 신세계그룹(G마켓·SSG닷컴·옥션) 2명이었다.
강 의원은 “3370만명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보안 참사는 쿠팡의 대관 중심 경영이 나은 필연적 결과”라며 “쿠팡은 즉시 경영방침을 전면 수정하고 보안·내부통제 역량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은 인사’ 논란이 있었던 알리나 하바 뉴저지 연방 검사장 대행의 직무 수행이 위법이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검사장 등 주요 직책을 최측근으로 채워 넣으려 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향후 법원에 의해 저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 제3연방고등법원 재판부는 하바 대행이 위법하게 검사장 대행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연방 검사장들을 임명하는 것에 있어 법적, 정치적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바의 임명을 위해 취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책략은 이러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뉴저지주 주민과 연방 검찰청의 충성스러운 직원들은 어느 정도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하바 대행의 임명이 주민과 검찰 직원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심 법원은 하바 대행이 지난 7월부터 적법한 권한 없이 검사장 직무를 수행했으며 그간 검사장으로서 취한 조치가 모두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지난 8월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바 대행을 검사장 대행으로 임명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법에 따라 연방 검사장은 대통령 지명 후 120일 이내에 상원 인준을 거쳐 정식 임명되어야 하지만 하바 대행은 민주당 소속 뉴저지 상원 의원들의 반대로 지난 3월 임명된 후 기간 내 인준받지 못했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하바 대행을 ‘특별 변호사’ 직책으로 임명하고 검사장 대행 직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후 하바 대행 재임 중 기소된 이들이 “하바는 기소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며 해당 소송을 제기했다.
하바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민사 소송을 대리한 개인 변호사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백악관 수석 고문을 지낸 후 뉴저지 연방 검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검찰 경력이 전혀 없는 하바 대행이 임명되자 ‘보은성 인사’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하바 대행은 임명된 후 “뉴저지주를 빨간색(공화당의 상징색)으로 물들이는 것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는 등 검사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강한 정치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들은 이번 판결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법률 및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원하는 사람을 이 자리에 앉힐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하바 대행의 검사장 인준을 반대한 앤디 김 상원의원과 코리 부커 상원의원(이상 민주)은 “이번 판결은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원칙을 강조한다”며 “검사장은 정치적 충성심이나 책략이 아닌 법치주의에 따라 독립적으로 임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지역 검사장들의 지위와 관련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네바다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시걸 채터 네바다주 연방 검사장의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스티븐 블라덱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하바 사건이 눈에 띄는 사례일 수 있지만, 뉴저지 법원의 결정이 확정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미 전역에서 이와 유사한 술책을 쓰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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